줄리 메레투: 도시를 해체하고 지도를 다시 쓰는 현대미술의 혁명가

줄리 메레투: 도시를 해체하고 지도를 다시 쓰는 현대미술의 혁명가

 

Julie Mehretu Renegade Delirium, 2002. Ink, acrylic on canvas. White Cube. LACMA

혼돈의 지도를 그리는 이유는?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 1970-)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도시의 혼돈을 담는 현대미술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복잡한 도시 구조, 전쟁, 이주, 글로벌화와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줄리는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그녀의 그림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메레투는 지도와 건축적 드로잉을 작품의 근본적인 토대로 삼는다. 그녀는 세계 각지의 도시 지도와 건축 계획도를 중첩시키고 이를 반복적으로 지우거나 다시 덧그리며, 마치 도시의 기억과 역사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Julie Mehretu, 1970-

 

그녀는 어떻게 도시를 시각적으로 해체하는가?

줄리 메레투의 작품은 도시의 본질을 해부한다. 그녀는 건축적 요소와 지도에서 추출한 형태를 혼합하여 혼돈과 질서 사이의 긴장을 만든다. 대표작인 《Mural》(2009)은 뉴욕 골드만 삭스 본사 로비에 설치된 거대한 벽화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 위기의 혼돈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마치 폭발하듯 확장되는 구조물과, 질서 정연하게 배열된 기하학적 패턴이 공존하며 현대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Stadia》(2004) 시리즈 역시 메레투의 대표작이다. 이 시리즈는 경기장과 같은 대중적인 건축물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녀는 집단의 열광과 혼돈, 그리고 군중이 가지는 정치적 힘을 시각화하며, 사회적 집단행동과 집합적 기억의 힘을 강조한다.

왜 그녀의 작품은 정치적인가?

메레투의 작품은 종종 전쟁, 이주, 식민주의 등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다룬다. 그녀는 작품 속에 실제 도시의 역사적 사건이나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예컨대, 《Mogamma (A Painting in Four Parts)》(2012)는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둘러싼 정치적 격변을 다뤘다. 이 작품은 혁명의 현장을 재구성하며, 공간과 기억이 정치적 사건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는지 보여준다.

혼돈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메레투의 그림은 혼란스럽지만, 그 안에서 놀라운 질서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녀는 복잡함과 혼란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바로 현대사회의 본질이며, 그 속에 숨겨진 패턴과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녀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며, 보는 이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도시와 역사의 흐름을 새롭게 경험하게 만든다.

 

Julie Mehretu exhibit at the Kunst Verein Hannover watercolor drawing

딥블루의 예술적 시선

줄리 메레투의 작업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그녀는 단순히 혼돈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 역사, 기억, 그리고 갈등을 드러낸다. 메레투의 예술은 혼란스러운 세계를 부정하는 대신, 그것을 포용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창조한다.

메레투의 작품은 우리에게 현대의 도시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를 상기시키며, 그 복잡성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