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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 도노반: 일상을 예술로 증식시키다, 그녀는 왜 반복에 집착하는가?
Tara Donovan, Untitled (Mylar) 그녀는 왜 평범한 재료로 거대한 자연을 만들었는가?
타라 도노반(Tara Donovan, 1969-)은 일상적인 오브제를 반복하고 축적하여 자연의 원리를 닮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현대 설치미술가다. 그녀의 작업은 스티로폼 컵, 종이, 연필, 핀과 같은 흔한 재료로 이루어지지만, 이 평범한 것들이 수천, 수만 번 반복되고 쌓이며 관람자를 압도하는 스케일의 예술로 승화된다.
도노반은 미국 뉴욕 출신으로, 코렉틱컷 대학교와 브루클린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그녀는 초기부터 '재료'라는 개념에 깊이 몰두하며, 그것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질서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다. 그녀의 작품은 반복과 집합이라는 방법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미시적인 것에서 거대한 우주를 느끼게 한다.
그녀는 누구인가? 일상의 질서를 유기체로 확장하는 조각가
도노반은 미니멀리즘과 프로세스 아트의 전통을 잇는 동시에, 자연의 구조와 유기적 패턴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녀는 조형 언어를 자연의 성장과 축적의 메커니즘으로 해석하며, 단순한 반복을 통해 복잡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녀의 작업 방식은 노동 집약적이고 시간 집약적이다. 작은 요소들이 모이고, 다시 모여 집합체를 이루며, 그 전체가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처럼 기능한다. 도노반은 이 과정을 통해 '인공물'과 '자연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Tara Donovan, "Untitled" (2014) 그녀는 왜 반복에 집착하는가?
타라 도노반의 작업은 '반복' 그 자체에 대한 탐구이자 실험이다. 그녀는 재료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을 탐색하고, 그것이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그녀는 반복과 축적이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형태가 어떻게 스스로의 질서와 조화를 생성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이 과정이 자연의 성장과도 유사하다고 말한다. 나무의 나이테, 벌집, 산호초, 지질학적 구조 등 자연의 패턴은 모두 반복과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다. 도노반은 이 원리를 인간의 노동과 창작 행위로 변환시키며, 일상의 재료가 어떻게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대표작 속으로: 반복이 만들어낸 새로운 자연
《Untitled (Mylar)》(2011)
이 작품은 수천 장의 얇은 마일라(Mylar) 시트를 층층이 쌓아 만든 설치작품이다. 금속성 광택이 나는 이 재료들은 위로 솟아오르며 기하학적 구조를 형성하지만, 동시에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인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관람자는 이 작품 앞에서 인공물과 자연물의 구분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빛을 반사하는 마일라의 표면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마치 물속 깊은 곳에서 바라본 산호초나 동굴 속 광경을 연상시킨다.
《Untitled (Plastic Cups)》(2006)
이 설치작품은 플라스틱 컵 수만 개를 일정한 패턴으로 겹겹이 쌓아 만들어졌다. 멀리서 보면 안개나 물결처럼 보이는 이 구조물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반복된 컵의 형태가 드러난다.
도노반은 투명한 플라스틱이라는 저렴하고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마치 자연현상처럼 감각적인 공간을 창조했다. 이 작품은 반복이 어떻게 하나의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가 또 다른 감각의 세계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Drawn with Glue》(2003)
도노반은 이 작품에서 접착제를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선을 그려 나갔다. 작업은 단순하지만, 시간이 축적되면서 유기적 패턴과 지형을 만들어낸다. 평평한 캔버스가 아니라, 미세한 융기와 침식을 보여주는 지표면처럼 보인다.
이 작업은 그녀가 '그리는 행위'를 어떻게 조각적 차원으로 확장하는지를 보여주며, 시간과 노동이 쌓여 만들어내는 조형적 완성도를 강조한다.
Tara Donovan at the MFA (Styrofoam cups) 그녀는 왜 '무한한 반복'을 믿는가?
도노반은 반복이 지닌 힘을 믿는다. 그녀는 반복이 단순한 반복으로 머무르지 않고, 일정한 법칙과 질서를 따라 새로운 패턴과 구조를 생성해 낸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자연이 가지는 창조의 원리와도 같다.
그녀는 작은 것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형성하고, 그 전체가 다시 미시적인 요소로 환원될 수 있다는 순환적 사고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창작 행위 사이의 연결성을 시각화한다. 그녀에게 반복은 결코 지루한 행위가 아닌, 끝없이 변주되는 창조의 기법이다.
Tara Donovan Untitled 딥블루의 예술적 시선
타라 도노반의 작업은 우리에게 평범한 것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일상의 사물이 가진 잠재력을 믿고, 그것이 반복되고 축적될 때, 전혀 새로운 차원의 질서와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보여주었다.
도노반은 재료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인간이 자연을 닮아가려는 태도와 그 끝없는 반복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한다. 그녀의 작품은 반복을 통해 끝없이 생성되는 세계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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