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하여

루치오 폰타나: 캔버스를 찢어 무한을 열다, 그는 왜 공간을 절개했는가?

deepbluetime 2025. 3. 12. 20:33

루치오 폰타나: 캔버스를 찢어 무한을 열다, 그는 왜 공간을 절개했는가?

 

Lucio Fontana Museum Premium Matte Vertical Poster sold by Conceiçao
Lucio Fontana Museum Premium Matte Vertical Poster sold by Conceiçao

 

그는 왜 그림에 칼을 들었는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는 전통 회화의 평면성을 거부하고, 캔버스를 칼로 찢어 '공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힌 현대미술의 혁명가다. 그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었다. 조각과 회화, 공간과 빛, 그리고 시간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이 감각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캔버스를 찢은 행위는 파괴가 아닌 창조였다. 기존의 2차원 평면에서 벗어나, 예술이 '공간'과 '무한'을 어떻게 담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폰타나는 말한다. "나는 평면 너머의 무한한 공간을 보고 싶었다."

 

Lucio Fontana ed Ettore Sordini - anno 1966
Lucio Fontana ed Ettore Sordini - anno 1966

그는 누구인가? 공간 예술의 선구자

루치오 폰타나는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활동한 이탈리아-아르헨티나계 작가다. 초기에는 조각가로 출발했으며, 그의 작품은 입체성과 공간 인식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존 예술 언어로는 새로운 시대를 설명할 수 없다고 느꼈고, 예술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다.

그는 1946년 "공간주의 선언(Manifiesto Blanco)"을 발표하며 새로운 예술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 그는 회화, 조각, 건축의 전통적인 구분을 넘어, 시간과 공간, 빛과 움직임을 포괄하는 예술을 주창했다. 이 선언은 현대미술에서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의 선구적 움직임으로 평가받는다.

 

Lucio Fontana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 Paris - France - July 23 2014
Lucio Fontana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 Paris - France - July 23 2014

그는 왜 '공간 개념'에 집착했는가?

폰타나는 공간을 예술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는 물리적 캔버스와 조각의 제한을 넘어, 무한한 공간과 빛, 시간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그의 대표 시리즈인 《Concetto Spaziale(공간 개념)》는 바로 이러한 사고의 산물이다.

그가 캔버스를 절개하거나 구멍을 뚫는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는 이 틈을 통해 빛과 그림자, 그리고 실제 공간이 개입하도록 했고, 관람자는 더 이상 평면 위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물리적 공간의 일부가 되어 작품과 상호작용했다. 폰타나는 예술을 '경험'으로 확장시키고자 했다.

 

Lucio Fontana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 Paris - France - July 23 2014
Lucio Fontana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 Paris - France - July 23 2014

대표작 속으로: 공간을 가르는 칼끝의 시선

《Concetto Spaziale, Attese(공간 개념, 기다림들), 1958-1968》

가장 잘 알려진 시리즈로, 단색의 캔버스에 수직으로 절개된 날카로운 선이 특징이다. 절개는 하나에서 수십 개까지 다양하며, 폰타나는 이 선들을 통해 공간을 열고 시간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는 이 절개선을 '기다림(attese)'이라 불렀다. 절개는 단순히 캔버스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무한한 가능성과 상호작용을 여는 통로였다. 절개된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며, 평면이 아닌 다차원의 공간이 존재함을 직감하게 한다.

《Concetto Spaziale, Natura(공간 개념, 자연), 1959-1960》

청동으로 제작된 구형 조각에 절개나 구멍을 낸 작품이다. 유기적인 형태에 인위적인 절개를 넣어, 자연과 인위의 경계, 완전성과 불완전성을 탐구한다. 구의 형태는 우주와 지구, 생명의 원형을 상징하며, 절개된 틈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무한성을 암시한다. 이는 폰타나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시각화한 시도였다.

《Concetto Spaziale, Fine di Dio(공간 개념, 신의 끝), 1963-1964》

타원형의 캔버스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 만든 작품으로, '신의 끝'이라는 충격적인 제목이 붙어 있다. 인간과 신, 유한과 무한, 창조와 파괴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타원형은 우주의 완전성을, 뚫린 구멍들은 신성함과 동시에 그 끝없는 탐구와 의심을 상징한다. 폰타나는 이를 통해 인간의 인식과 존재론적 질문을 심도 깊게 다뤘다.

그는 왜 캔버스를 찢는 것으로 예술을 재정의했는가?

폰타나에게 캔버스를 찢는 행위는 파괴가 아닌 창조, 해체가 아닌 확장이었다. 그는 기존 미술의 틀을 넘어서기 위해 전통적인 캔버스를 해체했고, 그곳에 새로운 가능성을 심었다. 절개와 구멍은 공간을 드러내는 장치였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감각을 넘어서는 인식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빛과 네온을 이용한 설치작업도 병행하며, 작품이 움직임과 시간성을 갖도록 했다. 《네온 구조물(Neon Structure, 1951)》에서는 건축적 공간을 빛으로 재구성하여, 시공간을 체험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다.

 

Lucio Fontana. 1899-1968. Concetto Spaziale. 1965-1968. Bergamo.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Lucio Fontana. 1899-1968. Concetto Spaziale. 1965-1968. Bergamo.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lashes
Lucio Fontana (1899-1968) - Concetto spaziale. Attese [Spatial Concept, Waiting] (1959). Part of the Boschi-Di Stefano Collection, displayed at the Museo del Novecento, Milano.
Slashes Lucio Fontana (1899-1968) - Concetto spaziale. Attese [Spatial Concept, Waiting] (1959). Part of the Boschi-Di Stefano Collection, displayed at the Museo del Novecento, Milano.

딥블루의 예술적 시선

루치오 폰타나는 단순히 캔버스를 절개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예술이 머물러 있던 '평면'이라는 세계를 찢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한 공간을 열어 보였다. 절개된 틈은 파괴의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감각을 일깨우는 통로다. 폰타나는 말한다. "예술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는 묻는다. 너는 어디까지 보고 있는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다고 믿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