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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스워스 켈리: 색과 형태를 해방한 예술가, 그는 무엇을 보았나?
Ellsworth Kelly - Green Relief Red Curve in Relief 단순함인가, 혁명인가? 그가 색을 분리한 이유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 1923-2015)는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이자, 순수한 색과 형태를 탐구한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의 예술은 단순함을 넘어, 색과 형태가 본질적으로 지닌 에너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켈리는 회화의 감정적 서술을 지워버리고, 색과 형태 그 자체를 회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의 작품에서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이며, 형태는 더 이상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힘이 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색면과 형태가 캔버스를 벗어나 공간 속으로 확장되며, 그림과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시도를 볼 수 있다. 그는 회화를 평면에 머물게 하지 않고, 공간 속에서 경험하는 대상으로 변화시켰다.
왜 그는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색과 형태만을 남겼을까? 그것은 단순한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도전이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어떻게 세상을 색과 형태로 보았을까?
192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엘스워스 켈리는 어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자란 경험이 그의 시각적 감각을 키우는 데 영향을 주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는 미 육군에 복무하며 위장(카무플라주) 기술을 연구했는데, 이는 후에 그가 색과 형태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서 미술 공부를 하면서 몬드리안(Piet Mondrian)과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같은 유럽 추상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서 얻은 관찰을 바탕으로 추상을 실험했다. 파리의 건물, 거리 풍경, 나뭇잎의 형태 같은 일상의 사물에서 영감을 받아 형태와 색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1950년대 후반,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형태와 색의 독립성을 강조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예술적 탐구는 단순한 기하학적 실험이 아니라, 색과 형태가 순수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었다.
Ellsworth Kelly - Red Blue Green Yellow [1965] 색과 형태의 재탄생: 그는 회화를 어떻게 해방했는가?
켈리의 작품은 그림이면서 동시에 조각이며, 하나의 형태이면서도 공간과 결합되는 실체이다. 그는 캔버스를 전통적인 사각형 틀에서 벗어나게 하며, 불규칙한 형태의 캔버스를 사용하거나, 벽에 직접 색면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회화와 건축적 공간을 결합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켈리는 원색(빨강, 파랑, 노랑)과 검정, 흰색 같은 색상을 사용하여 대비를 극대화하고, 색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기능하도록 만들었다. 그의 색채는 감정을 전달하기보다 시각적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배치된다. 또한, 형태의 독립성을 탐구하며 사각형뿐만 아니라 곡선과 비정형적인 형상을 통해 공간감을 조성했다. 켈리는 형태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며, 단순한 색면 추상이 아닌 형태적 실험을 통해 회화와 조각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캔버스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한다. 그는 전통적인 그림의 틀에서 벗어나, 작품이 건축적 환경과 연결되도록 배치하여 관객이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작품을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Ellsworth Kelly Orange Green, 1966. Acrylic on canvas (1923-2015) National Gallery, DC 색과 형태를 조각하다: 대표작 해부
Colors for a Large Wall (1951)
이 작품은 64개의 정사각형 패널로 구성된 거대한 색면 작품이다. 각각의 색은 독립적인 동시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는 색과 형태가 규칙 없이도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업이다.
켈리는 이 작품에서 색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하나의 개체로 취급했다. 이는 이후 그의 예술 세계가 어떻게 발전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Red Blue Green (1963)
이 작품은 단순한 세 가지 색(빨강, 파랑, 초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각의 색이 서로 밀어내거나 끌어당기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켈리는 색과 형태가 감각적으로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탐구하며, 색이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처럼 보일 수 있음을 실험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구성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유동성을 지닌다.
Chatham Series (1971)
이 작품은 다각형 형태의 캔버스를 활용한 시리즈로, 켈리가 전통적인 캔버스 형태에서 벗어나 회화를 공간적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한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인 사각형 캔버스를 떠나, 다양한 각도로 잘린 형태를 사용하여 회화 자체가 벽과 공간 속에서 조각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Ellsworth Kelly Red Yellow Blue White and Black with White Border, 1952-1953. 색과 형태를 넘어서,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켈리는 단순한 색면과 기하학적 형태를 그린 것이 아니라, 색과 형태가 어떻게 물리적 공간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그는 색을 평면 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움직이도록 만들었고, 형태를 단순한 구성 요소가 아니라 조각적인 대상으로 승격시켰다.** 그는 미술을 감정적 표현에서 해방시키고, 순수한 시각적 경험 자체를 예술의 본질로 탐구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우리가 보는 것이 진짜인가? 색과 형태는 어떻게 감각적으로 작용하는가? 예술은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켈리는 단순함 속에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우리에게 ‘단순함 속에 숨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딥블루의 예술적 시선
켈리는 색과 형태를 해방했지만, 어쩌면 우리 시선을 속박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익숙함을 잃고 헤매게 된다. 우리가 보는 것은 색과 형태일 뿐인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인가?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결국 '보는 것'에 대해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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